이러다 입주 못하나…'대출 옥죄기' 청약자 피해 가시화

가을 분양 시즌을 맞아 한 건설사의 견본주택에 몰려든 인파 / 사진 = 뉴스1

서울 강동구의 한 재건축아파트 일반 분양물량에 당첨된 A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십대 1의 청약경쟁률을 뚫고 내집마련의 꿈에 부풀어 있었지만 정부의 잇단 중도금 대출규제, 대출대상 주택 가격 인하 방침 등이 나오면서 입주 때까지 중도금과 잔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정책성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의 신규공급을 사실상 중단, 실수요자에게 불똥이 뛰고 있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집단대출 규제에 따른 피해는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하반기 들어 분양할 공공주택 6곳(5528가구)의 중도금 대출 입찰에 단 한곳의 은행도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중도금은 아파트 분양계약 이후 잔금을 치르기 전 지불하는 비용으로 분양가의 60~70%에 달한다.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사업자와 시중은행이 집단대출 약정을 맺는데 은행이 집단대출을 거부하면 계약자가 은행에서 직접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 8·25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이달부터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낮췄다. 대출금액의 90%만 보증하고 나머지 10%는 해당 은행이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집단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더해 19일부터 연말까지 보금자리론 대출대상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낮아진다. 대출한도 역시 5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어든다. 보금자리론은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만든 정책금융상품으로 가계부채 대책의 피해가 무주택 서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다.

정부의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 강화 이후 집단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예비 입주자들이 건설사에 항의를 하는 등 분쟁도 늘고 있다.

이미 지난 5월부터 집단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벌어졌는데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70%지만 집단대출 금리는 2.79%로 주택담보 보다 0.09%포인트 높다.

한국주택협회는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가 은행권의 대출이자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신규 분양을 받은 수요자들의 이자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집단대출 거부 및 금리인상으로 인한 피해액 규모는 지난 6월 기준으로 7조1000억원(4만6000가구)에 달했다며 "이후 추가 피해액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