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 물구나무로 오르기? 삼성 '아몰레드 10년'의 기적

#화려한 조명 아래 가수 손담비와 애프터스쿨이 현란한 춤과 노래를 선보인다. 화려한 영상만큼이나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가사로 각광 받았던 삼성 애니콜 '햅틱 아몰레드' TV 광고다. '자체발광'이라는 콘셉트를 전달하고자 했던 이 광고는 2009년 한국CM전략연구소가 조사한 8월 광고효과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대중들의 뇌리에 확실히 각인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10월 아몰레드(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정식으로 양산한 지 햇수로 10년을 맞이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07년 초 일본 교세라의 휴대폰 및 국내 아이리버의 MP3 플레이어에 소량의 중소형 OLED 패널을 탑재시켜 아몰레드의 시장성을 확인했다.

같은해 9~10월 정식으로 충남 천안에 양산 라인을 가동, 일본 주요 공급선에 피처폰용 패널을 납품하면서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현재는 아몰레드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혼재돼 사용된다. OLED는 기술적으로 능동형과 수동형으로 나뉘지만 현재는 대부분 제품에 능동형 OLED, 즉 아몰레드가 쓰이고 수동형 OLED는 높은 해상도나 색재현율이 필요치 않은 극소수의 제품에만 쓰인다. 아몰레드는 'AM-OLED'라는 학계용어를 그대로 붙여 삼성이 만든 일종의 마케팅 용어였다.


OLED는 화소 하나하나가 전기 자극에 의해 자체 발광하기 때문에 기존 LCD(액정표시장치)처럼 백라이트나 컬러필터, 액정 등을 별도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얇은 두께, 가벼운 무게, 완벽한 색재현율 등의 장점에 힘입어 당시 '꿈의 디스플레이'라고 불렸다. 현재는 이러한 제품의 특장점을 바탕으로 구부리거나 휠 수 있는 패널 상용화에 대한 연구개발도 진행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당시만 하더라도 다른 글로벌 업체들은 시장성이 없다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특히 2000년대 중반은 LCD가 붐을 일으킬 때여서 중소형 OLED 제품 개발에 눈돌린 경쟁사가 거의 없었고 일본 경쟁업체들은 '후지산을 물구나무로 오르는 것이 낫다'며 제품의 양산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경쟁업체 아무도 가지 않던 길을 먼저 간 덕분에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강자로 올라섰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아몰레드 패널 정식 양산 이후 모바일 IT 기기의 발전과 함께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아몰레드 패널 기술력도 약진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시장점유율은 2008년(82.7%)을 제외하고 매해 90%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95.3%로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 태블릿 PC '갤럭시탭 7.7', 소니의 게임기 'PS비타' 등에 아몰레드 패널을 탑재했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기기로 활용처를 넓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07년 211만장에 불과했던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OLED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2억5911만2000장으로 약 100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지난 2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 패널용 중소형 OLED 출하량은 9838만대로 1억대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020년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 제품의 매출 비중은 52.4%로 LCD 점유율(45.7%)을 처음으로 앞지를 전망이다. 지난해 OLED 비중은 25.7%, LCD 비중은 71.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