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팬 "용선료 인하 수용못해"…한진해운 "인하 아닌 조정 협상"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한진해운이 시스팬으로부터 용선 중인 1만TEU급 컨테이너선 'HANJIN BUDDHA'호 /사진=시스팬 홈페이지

한진해운에 컨테이너선을 대여한 캐나다 선박업체 시스팬의 최고경영자(CEO) 게리 왕 회장이 한진해운의 용선료 조정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최근 왕 회장이 조양호 회장을 만나 용선료 조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 한진해운 측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17일 영국의 해운산업 전문지 로이드리스트에 따르면 게리 왕 시스팬 회장은 이 매체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났지만 용선료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시스팬은 120여 척의 컨테이너선을 보유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선주다. 한진해운은 1만TEU급 컨테이너선 7척을 시스팬으로부터 용선해 운영 중이다.

한진해운은 용선료의 20∼30%를 한진해운 주식이나 채권으로 받아줄 것을 시스팬에 요청한 상태다. 앞서 한진해운은 조 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 대한항공 사옥에서 왕 회장을 만난 사실을 공개하면서 "왕 회장은 용선료 조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왕 회장은 로이드리스트 인터뷰에서 "상황이 어떻든 용선료 인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인내심이 있고 한진해운을 지원하겠지만, 그들이 우리의 인내의 한계를 넘어설 경우 선박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진해운은 시스팬에서 빌린 7척에 대해 2달치 용선료 약 2000만달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왕 회장은 현재 이 정도의 용선료 연체는 용납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연체가 어디까지 진행되면 선박을 회수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왕 회장은 "한진해운에서 배를 회수해 다른 해운업체에 배를 빌려준다고 하더라도 지금보다 크게 낮은 용선료로 계약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 관계자는 "시스팬과는 계속 용선료 조정을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외 언론이 단순히 '인하'라고 보도를 하자 이에 대해 용선료를 깎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인터뷰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