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계 흑자 최고라는데…'세금+지갑 꽁꽁'

지난해 가계의 흑자율이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적자가구 비중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은 4년째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미약하나마 소득이 늘곤 있지만 가계가 섣불리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세금 등 경상지출 증가가 소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0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을 제외한 실질소득은 2.1% 늘었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1000원으로 2.8%(실질 1.5%) 증가했다. 소득 증가율을 밑도는 수준이다.

◇소득 늘었다지만…‘기초연금’ = 연간 소득·소비증가율은 상승 추세다. 2012년 6.1%에서 2013년 2.1%로 떨어졌던 소득증가율은 3.4%로 반등했다. 취업자수 증가로 근로소득(3.9%)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난해 7월 도입된 기초연금 덕이 크다. 실제 이전소득은 4.2% 증가했다. 분기별로 보면 이전소득 증가율이 3분기 4.9%에서 4분기 7.8%로 확대됐다.

분위별로도 1분위소득이 가장 크게 늘었는데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의 힘이다. 경제활동이 아닌 정부의 복지정책이 가계 소득을 늘린 셈이다. 분기별로는 4분기 소득 증가율이 2.4%로 2분기(2.8%)와 3분기(3.0%)에 비해 둔화됐다.

◇소비 늘었다지만…‘세금도…’ = 연간 월평균 지출액은 2.9% 증가했다. 소비지출은 월평균 255만1000원으로 2.8%(실질 1.5%) 늘었다. 2013년 0%대로 떨어졌던 소비지출이 미약하나마 회복 조짐을 보였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분야별로 교통(8.6%), 오락·문화(5.6%), 내구재 소비(5.5%) 등에서 소비가 늘었다. ‘자동차와 엔저 효과’로 풀이된다. 교통비는 신차효과로 자동차 구입이 늘어난 결과다. 자동차 구입은 전년에 비해 29.8%나 급증했다. 해외여행 등 단체여행비도 15.2% 증가했다. 반면 주거·수도·광열(-0.8%), 주류·담배(-0.6%), 통신(-1.6% 등은 감소했다.

눈에 띄는 것은 세금 등 비소비지출 증가다. 지난해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80만5000원으로 3.0% 늘었다. 소비지출 증가율을 웃돈다. 번 돈의 20% 가까이를 세금 등에 쓴다는 의미다. 근로소득세 등 경상조세 지출은 13만6000원으로 5.8% 증가했다. 사회보험료(건강보험료 등)는 7.2% 늘어난 12만4000원이었다.

◇‘지갑 꽁꽁’이 만든 ‘흑자’ = 소득과 소비 뿐 아니라 흑자액도 늘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94만7000원으로 5.2% 증가했다. 가계 흑자율은 27.1%로 사상 최고치다. 이에반해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은 4년째 하락하며 최저치를 기록했다. 늘어나는 소득만큼 소비를 늘리지 않고 지갑을 닫는다는 얘기다.

이는 소득의 질과 무관치 않다. 분위별 가계수지를 보면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이 7.4% 증가했지만 평균소비성향은 7.8% 줄었다. 2분위도 처분가능소득(1.9%)이 늘었는데도 평균소비성향(-1.3%)은 감소했다.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받은 돈을 바로 소비에 쓰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적연금 외 실제 소비할 만한 소득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1분위 중심으로 소득이 늘면서 분배 구조는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소득 5분위배율은 4.45배로 2004년이후 가장 낮을 수준을 기록했다. 분기별로는 4분기 4.54로 2008년 이후 개선 추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