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이글 '추락'…정비라인 K준위 자살 왜?

(서울=뉴스1) 김정욱 기자 =

15일 오전 10시28분께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내지리 야산에서 블랙이글 T-50B 훈련기 1대가 추락해 조종사가 사망했다. 사진은 추락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T-50B 전투기의 모습.(공군 제공) News1

지난 15일 오전 10시28분께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블랙이글 전투기 T-50B 1대가 추락한 원인은 정비사의 사소한 실수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고로 조종사 고 김완희 소령(32)이 숨졌다.

공군 비행사고대책본부는 30일 T-50B에 대한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전투기의 상승·하강을 조종하는 장치를 정비하면서 이 장치에 꽂았던 차단선을 뽑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공군에 따르면 사고기는 사고발생 3일전인 12일 정기점검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담당정비사 K 중사(32)는 점검 시 사용하는 핀치 조종계통 차단선을 점검 후 반드시 뽑아야 하지만 뽑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사고 전투기의 핀치 조종계통이 정상작동하지 않아 일정고도로 상승하지 못하고 추락했다.

핀치 조종계통 차단선은 비행 조종면 점검시 조종계통 장비의 움직임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비행사고대책본부 사고조사단은 핀치 조종계통 차단선을 뽑지 않은 상태로 모의실험을 수행한 결과 사고 당시와 동일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비행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조사단은 조종사 실수로 사고가 발생한 게 아니라고 판단하고 기계적인 결함 부분 조사에 조첨을 맞췄다”며 “이 때 사고기 정비를 맡았던 K 중사가 지휘계통을 통해 자신이 차단선을 뽑지 않았다고 자인했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조종사 김 소령은 전투기가 이륙 후 상승하다 일정고도까지 꾸준히 올라가지 않고 있는 것을 감지했다.

이에 따라 김 소령은 상승자세 유지를 위해 조종간을 최대로 당겼지만 고도 약 900m에서 갑자기 전투기가 하강하면서 추락했다.

당시 공중화재는 없었고 전투기 엔진도 정상작동 상태였을 뿐 아니라 기체결함이 없었다는 게 공군 측 설명이다.

전투기가 추락할 때 김 소령은 고도 350m 쯤에서 비상탈출을 시도했지만 안타깝게 숨졌다.

박준홍 사고조사단 자문위원은 “전투기는 양쪽 날개, 꼬리 등 3곳의 축이 균형을 이루면서 수평을 유지해야 비행할 수 있다”며 “사고 전투기는 차단선을 뽑지 않고 비행해 꼬리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추락했다”라고 설명했다.

공군은 조종계통 차단선을 뽑지 않은 정확한 경위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고 조사를 마치는대로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할 방침이다.

한편 정비사인 K 중사의 상관인 K 준위(50)가 지난 27일 자신이 일하던 작업장 근처에서 목매 숨진 채 발견돼 공군 헌병대가 조사에 나섰다.

공군 관계자는 “자살한 K 준위는 사고기 정비를 담당했던 K 중사의 상관이었다”라며 “사고의 원인이 정비과실로 밝혀지자 K 준위는 무척 괴로워했고 심적 부담감을 느껴 자살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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