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454만원 맞벌이 부부 '양육수당'못받는다

#지난달 첫째 아이를 출산한 맞벌이 부부 이 모씨(36)는 정부의 내년 보육지원 체제를 개편 내용을 듣고 화가 났다. 올해 전 계층에 어린이집 비용을 정부가 전액 지원해줬기 때문에 자신도 혜택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년부터 어린이집 이용 시 한 달에 20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상위 30%에 대해서는 양육비를 지원 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로 한 달 소득이 454만 원(3인 기준)을 겨우 넘는 그는 양육수당을 받지 못하게 됐다. 한 달에 20만 원씩 0~2세까지 부담해야할 비용이 700만 원을 넘어서게 되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야근 업무가 많은 맞벌이 부부 송모씨(38)는 아이에게 항상 미안하다. 일이 늦게 끝나다보니 가장 늦게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것. 그래도 정부에서 시간외 보육시간 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어 비용 부담이 없는 것이 그나마 안심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정해진 시간 외에 아이를 추가로 맡길 경우 시간외 수당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빠듯한 살림에 야근 업무를 선택해 근무 외 수당을 받아왔지만 이를 포기하고 다른 부서로 옮겨야 할지 고민이다.

정부가 내년에 양육수당을 차별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부모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출산 장려와 육아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 만 0~2세 아이를 둔 전 계층 부부에 정부가 보육료를 전액 대줬다. 맞벌이 부부 뿐 아니라 전업주부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되면서 어린이집 수요는 급격하게 증가 하게 됐다.


결국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내세워 보육지원 체계를 뜯어 고쳤다. 상위 30%에 대해서는 양육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아이를 정해진 시간외에 연장해 시설에 맡길 경우 시간외 수당을 개인에게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에 사는 진 모 씨는 "외벌이로 상위 30%를 넘어서면 고소득자로 분류되고 전업주부도 양육수당을 받지 않고서도 아이를 기를 수 있지만 맞벌이 부부는 시설에 맞길 수밖에 없어 추가 비용의 발생은 맞벌이 부부의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맞벌이 경우 둘이 벌면 3인 기준으로 450만 원이 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양육수당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올해 전 계층에 무상보육을 실시한 가운데 예산을 핑계로 내년에 양육수당을 차등 지급한다면 있던 것을 빼앗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8년째 맞벌이를 하고 있는 김모씨는 "늦게 결혼해 최근 아이를 연년생으로 뒀는데 상위 30%에 해당된다면 두 아이의 양육비를 모두 받을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며 "다출산을 장려하는 정부라면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년 사이에 제도를 바꾸면 맞벌이 부부가 마음 놓고 일을 하고 육아를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