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 더많이 남긴다는데..영업마진율 신세계百의 2배

백화점 폭리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도 이런 정서를 반영해 백화점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들에게 판매의 대가로 과도한 수수료를 떼고 있다며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백화점 판매수수료율은 평균 29.2%다. 백화점서 물건이 1만원 어치를 팔리면 백화점이 그중 2920원을 가져간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업계 자율형식을 빌어 협력업체에 대한 수수료를 낮추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최근 점검을 통해 그 효과가 미흡하다고 보고 추가 인하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백화점의 주장은 다르다. 유통업의 특성상 매출 능력 유지를 위해 판매관리비(이하 판관비)를 지속적으로 쏟아부어야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수수료가 높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잘해야 총매출의 30% 수준인 수수료(총마진)에서 20%가 넘는 판관비를 빼면 영업이익률은 10% 이하에 그친다는 주장이다. 또 매출까지 줄어드는 불황과 심해지는 경쟁 속에서 점차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한다.

◇백화점은 정말 폭리를 취하고 있는가〓백화점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머니투데이가 지난 5년간(2007 ~2011년) 롯데·신세계 (173,800원 ▲800 +0.46%)·현대백화점 (49,900원 ▼200 -0.40%) 등 국내 상위 백화점 3사의 실적을 추적해봤다. 이들 3업체는 국내 백화점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롯데쇼핑 감사보고서에 명시된 백화점 부문만의 실적에 롯데미도파의 실적을 추가해 사용했고, 지난해 이마트 (63,000원 ▼2,500 -3.82%)와 분할된 신세계는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수치를 구했다.

분석에서 이들 3업체의 5년간 평균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이하 영업마진율)은 10.1%로 나타났다. 2010년 이전 10%가 넘었는데 지난해 9.7%로 내려오는 등 하향추세다.


이는 미국 대표백화점 메이시나 글로벌 대표 기업과 유사한 수준이다. 2011 회계연도 메이시백화점의 영업마진율은 9.1%였다. 미국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미국 포브스(Forbes)가 선정하는 2000개 글로벌 기업(Forbes Global 2000)의 경영성과를 분석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의 2008~2011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10.3% 수준이다. 애플, 엑손모빌, 인텔 등 시장 지배력을 갖춘 굴지의 글로벌 대기업이 다 들어있다.

그리고 이 수치는 같은 기간 글로벌 유통업의 평균영업마진율 4.8%의 두 배 수준이다. 국내 다른 산업과 비교해도 국내 백화점 3사 영업마진율이 3∼4%포인트 가량 높다.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2010년 기준 경제총조사'에 따르면 전산업(법인기준) 평균 영업이익률은 7.3%, 도소매업은 4.1%였다. 한국은행이 매년 집계하는 기업경영분석에서도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평균 전산업 영업이익률은 5.9%, 제조업은 6.9%였다.

10% 영업마진율이 폭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나쁜 이익률은 아니다. 내수과점 산업이라는 특성상 최소한 전세계 글로벌 유통업이나 국내 전산업에 비해서는 낮은 경쟁도를 가지면서 마진을 유지하고 있음을 뜻한다.

실제 미국 메이시백화점은 매출액대비 판관비율이 국내 3사 평균 20% 보다 높은 31%에 이른다. 미국 백화점이 더 경쟁에 노출돼 있음을 뜻한다. 그같은 구도 속에서 메이시 백화점이 9% 수준의 마진을 유지한 것은 메이드 차이나로 대표되는 글로벌 아웃소싱을 통해 구매단가를 크게 줄인데 따른 것이다. 메이시 백화점의 지난회계연도 총마진율은 40%다.

◇1위 롯데백화점 영업마진율 신세계의 2배〓국내 3사 백화점의 영업마진이 국내외 산업과 비교해 나쁘지 않은 것은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3사 매출의 50%를 넘는 1위 업체 롯데백화점은 5년 평균 영업마진율이 12.0%로 매출 2위 업체 신세계 백화점 5.9%의 2배다. 3위업 체 현대백화점은 9.7%로 롯데백화점보다는 낮지만 신세계 백화점보다 높다. 롯데백화점은 2010년 영업마진율이 12.5%에 이르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8.7%였던 영업마진율이 계속 높아져 10%를 넘어갔다.

평균적으로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전산업이나 도소매업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롯데백화점의 경우 전산업 평균의 63∼100%에 이르는 초과이익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현대백화점도 롯데백화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산업평균 이상의 초과이익을 지키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자사 영업마진율이 낮은 것은 공격적 영업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외형을 넓히기 위해 공격적으로 점포를 내고 판촉비와 인건비를 더 쓰고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는 백화점 3사중 유일하게 입점업체에게 광고비 부담을 주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표현을 빌리면 소비자나 입점업체에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경쟁행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한 관계자는 "점포신설 확장 등 대규모 투자를 많이 하다보니 감가상각비가 많이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책적으로 좋은 입점상대를 고르기 위해 판매수수료율이 경쟁사보다 1∼2%포인트 낮게 가져가고 있고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인건비 부담을 감수하고 인원을 적극적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설명은 증권가 애널리스트도 인정하고 있다.

실제 신세계 백화점은 백화점 3사중 매출비중이 2007년 21%에 그쳤으나 지난해 28%까지 높아졌다. 이 기간 중 신세계백화점은 부산 센텀시티점과 죽전점 충청점 등 점포를 3개 늘렸다. 계열사 신세계첼시를 통해서 여주와 파주에 아울렛도 출점했다. 판관비 비율도 22.3%로 3사중에서는 가장 높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판관비는 17.4%이며 롯데백화점은 20%정도로 알려져 있다. 별도 기업으로 돼 있는 롯데미도파의 판관비율은 17.4%다. 3사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양사가 보수적인 경쟁태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쟁정책이 업체에 따라 달라야할 필요가 있음도 의미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높은 영업이익률에 대해 "시장 1위 기업으로 누리는 프리미엄이라고 봐야한다"며 "판관비 역시 인건비가 10% 정도 되고 광고 판촉비 등이 나머지를 차지해 타사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롯데백화점에 대해 "규모의 경제효과가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내놨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서울에 핵심점포가 다수 위치해 있다보니 지방점포가 많은 업체에 비해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은 서울 등 주요 상권에 점포수가 많아 백화점 MD(매장 기획관리)의 입김이 가장 세다"며 "롯데에 입점하는 것이 매출이나 브랜드 홍보 측면에서 유리한 만큼 다른 백화점보다 수수료를 약 10% 더 주고서라도 입점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