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아이폰 전에도 있었다

미국 배심원단이 세기의 전쟁 '삼성-애플 특허전'에서 일방적으로 애플 편을 들었다. 오랜 R&D(연구개발) 끝에 나온 삼성전자의 통신 표준특허는 단 한 건도 인정하지 않은 반면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모양'의 디자인을 애플의 특허로 인정했다.


이번 미국 배심원단의 평결은 한국 법원은 물론 네덜란드, 영국 등 법원의 판결과도 배치되는데다 이미 소니, LG 등 다른 휴대폰 제조사의 단말기에서 '아이폰 식 디자인'을 먼저 적용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는 터라 '자국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새너제이 법원) 배심원단은 24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애플 제품 디자인 특허와 상용특허를 침해했다며 10억49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반면 애플은 삼성전자 특허를 전혀 침해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배상액도 없다고 평결했다.

미국 배심원단의 평결은 유럽이나 국내 법원의 판결과 사뭇 다르다. 유럽과 국내 법원은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디자인을 특허로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 법원은 24일(한국시간) '갤럭시S' 등 디자인은 애플의 디자인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디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배준현 민사합의11부 부장판사는 "둥근 직사각형의 형태와 베젤, 직사각형의 넓은 화면, 좌우로 긴 스피커 구멍과 관련된 디자인은 이미 공지된 부분일 뿐 아니라 터치스크린을 가진 이동통신기기가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도 갤럭시S 등이 애플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영국 법원도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모양'의 애플 디자인에 의문을 표시했다. 지난달 영국 법원은 갤럭시탭이 아이패드를 베꼈다는 애플의 주장에 대해 "애플 디자인의 많은 부분에 독창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건을 담당한 콜린 버스 판사는 애플에게 "삼성전자가 갤럭시탭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애플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베끼지 않았다는 판결내용을 신문과 잡지 등을 통해 대중에게 알리라"고 명령했다.

더욱이 세너제이 법원의 판단이 오락가락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배심원단은 갤럭시탭10.1은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베끼지 않았다고 평결했다. 그러나 세너제이 법원은 지난 6월 이미 갤럭시탭10.1과 아이패드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갤럭시탭10.1 판매금지를 시켰다.

지난해 루시 고 판사가 갤럭시탭10.1과 아이패드가 비슷하지 않다고 판결하자 고등법원이 이의를 제기해 다시 판단해 판매금지 조치한 바 있다. 마이클 리시 빌라노바대학 특허법 교수는 "판매금지 가처분 대상인 갤럭시탭이 어떻게 디자인 특허 침해를 피해갈 수 있는가"라며 의아해했다.

↑삼성전자가 2007년 2월 공개한 F700.

삼성전자는 애플 디자인에 대해 독점권을 준 이번 배심원 평결에 반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둥근 모서리를 가진 사각형 형태와 같은 디자인 특성은 애플이 최초로 디자인한 것이 아니며 한 기업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모양'은 아이폰이 나오기 전 소니 제품이나 LG전자 (91,200원 ▼1,400 -1.51%) 프라다폰,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의 F700 등에서 채택되고 있다.

이번 평결은 미국 내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법률 전문 사이트 어보브더로우는 "평결에 나온 단어를 이해하는데만 3일이 걸릴 것"이라며 "배심원들은 동전던지기를 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꼬집었다.

삼성전자는 배심원 평결 결과에 대해 즉각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며 이후 최종 판결에 따라 항소여부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