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연봉 2000 줄게"…학생 "1200만이라도"

"고졸 출신을 채용한다면 초임 연봉으로 2000만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코스닥 A사 관계자)

"한 달에 100만원만 준다고 해도 어디든 입사하고 싶어요. 솔직히 저희가 가릴 처지는 아니죠."(S특성화고 3년생)


지난 13일 서울시내 모 특성화고 체육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 전날부터 이틀간 코스닥 상장사를 포함해 50여개 기업 및 단체가 부스를 설치하고 고교 졸업반 학생 채용에 나섰다. 8개 특성화고 학생 수백 명이 참가해 좁은 체육관은 북적거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학생들이 기대하는 초임이 그리 높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람회 참여 기업들이 주최 측에 사전에 밝힌 희망 연봉은 최저 1200만원에서 2460만원으로 평균 1800만원 안팎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이 기대하는 연봉은 이에 못 미치는 1200만~1500만원이 대부분이었다.

인재를 찾는 기업은 더 주겠다고 하고,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덜 받겠다고 한 셈이다. 상식적으로 예상 인원을 꽉 채운 채용이 이뤄질 조건이다.


그러나 초임 2000만원을 제시하고 이날 행사에 참가한 코스닥 기업 A사는 목표했던 2명을 현장에서 확보하는 데 실패하고 부스를 접어야 했다.

A사 관계자는 "프로그램 개발자를 뽑으려 여러 학생과 면담했지만 원하는 수준으로 교육받은 학생이 없었다"며 "차분히 학생을 가르쳐 현장에 투입할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고졸 인력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기업과 학생이 예상하는 연봉 차이 만큼이나 고졸 인력의 '질'에 시각에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연봉 2000만원 수준의 인력을 원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의 준비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고졸채용을 적극 장려하더라도 당장 한 두명의 인력이 회사 분위기와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선듯 준비되지 않은 사람을 뽑기가 어렵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물론 학생들도 할 말은 있다. 친구들과 박람회 현장을 찾은 S고 취업반 3년생은 "학교에서 다양한 분야를 배우다 보니 원하는 분야에 맞는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기업이 학교서 배우는 것보다 높은 수준을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방과 후 C언어 등을 배우는 학원에 다니는 학원비가 제법 든다"고 덧붙였다.

부족한 특성화고 커리큘럼에서 취업에 충분한 교육을 받기 어렵다 보니 취업을 위한 과외를 받는다는 얘기다.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을 선택한 학생들에게마저 금전적 부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학생 채용에 실패한 코스닥기업 B사 관계자도 "무조건 학생들을 채용시장으로 끌어내는 것도 문제"라며 "'준비된' 인재를 배출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정비한다면 다그치지 않아도 기업들이 알아서 고졸 채용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