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받았더니, 나도 모르는 세금 나갔네"

KB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자 중 일부에게 교육세를 환급해준 가운데 씨티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도 교육세를 돌려줘야 하는 대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에게 교육세를 돌려줘야 하는 은행은 씨티은행과 농협 대구은행 전북은행 산업은행 등 5개 은행이다. 이들은 금융감독원의 권고에 따라 오는 23일까지 교육세 산정 기준변경에 따른 차액 환급 이행 계획서를 제출하고 5월 말까지 대상고객에게 교육세를 환급해줘야 한다.

◇교육세 환급 왜? =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7일 주택담보대출 고객 중 85만명에게 평균 1만9000원 정도의 교육세를 돌려줬다. 주택담보대출 고객들은 직접 교육세를 낸 적이 없지만 이들이 낸 이자에 교육세가 포함돼 있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고객으로부터 대출이자를 받아 이중 0.5%를 교육세로 납부한다. 고객이 직접 교육세를 내지 않아 모르고 있었지만 은행이 고객의 돈으로 내왔다는 말이다.


문제는 은행이 지난 2005년 4월부터 2010년 5월까지 교육세를 산정하면서 고객별 대출 금리에 연동하는 방식이 아닌 가중평균으로 계산해 왔다는 점이다. 일부 고객은 교육세를 더 내고 일부는 덜 내는 구조다. 물론 고객은 이미 정해진 대출이자를 납부해왔기 때문에 이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에서 문제점이 지적됐다. 감사원은 9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관련 교육세 산정·부과 및 납부실태를 분석한 결과 6개 은행이 불합리한 구조로 설계·운영해 왔다고 밝혔다. 그 결과 교육세 산정 기준이 지난해 9월 고객별 대출금리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금융당국은 그러면서 불합리한 구조로 설계·운영해 온 책임을 물어 해당 은행들에게 기준 변경에 따른 보상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환급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돼 해당 은행들에게 5월 말까지 환급을 권고했다"면서 "은행마다 전산시스템이 달라 환급 시기는 다르겠지만 조기 환급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먼저 했다. 나머지는···= KB국민은행이 먼저 환급에 나섰다. 85만명을 대상으로 총 162억원을 돌려줬다. 교육세를 덜 낸 고객이 있지만 환수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이 타행보다 일찍 환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검사 당시 이미 6개월여에 걸쳐 교육세 산정 기준 변경과 이에 따른 차액 환급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은행들도 그 이상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지방은행인 대구은행과 전북은행 (0원 %)은 5월안에 교육세를 환급해주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상 환급액은 금리체계가 복잡해 아직 정확하게 추산되지는 않았지만 각각 10억원 미만일 것으로 추정했다.

산업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관련 교육세 산정 부과 방법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은 받았으나 개인 주택담보대출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환급할 대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과 농협은 아직 검토 중이다. 씨티은행의 경우 시기를 떠나 아직 환급 여부에 대한 방침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씨티그룹의 지시로 올해 비용을 줄여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환급 자체가 부담이 되는 만큼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농협의 경우 환급뿐 아니라 환수를 포함한 전반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 산정 체계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고객에게 보상을 해주는 한편 세금을 덜 낸 고객에겐 추가 부담을 지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이자는 조금만 연체해도 연체이자를 받으면서 환급은 더디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특히 대출이자를 불합리하게 산정한 책임(비용)을 고객에게 환수하는 방법으로 떠넘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