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남자?' 58세에 창업, 年1억 벌어

지난달 15~17일까지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2세계태양에너지엑스포에는 '추적식 태양광집열 보일러'가 선보였다.
태양의 고도와 방위각을 자동 조절해 추적하면서 태양광을 최대로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다. 기존 태양광 발전장치보다 두 배 이상 높은 효율로 단연 주목을 받았다. 놀라운 것은 이 장치가 환갑을 넘긴 소기업 대표 한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 하늘솔라에너지 연구소에서 만난 정하늘 대표이사(63)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어린아이처럼 해맑아 보였다. 새로 만들고 있는 태양광 장치들에 대해 설명할 때면 그 어린아이 같은 눈빛에 반짝반짝 빛이 났다. 무언가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서만 배어나오는 눈빛이었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어요. 내가 전자공학을 전공했거든. 그래서 생업을 하면서도 시간을 내서 이것저것 만들고 하는 것을 즐겼지"

정 대표이사는 한양공대와 미국 UTA(University of Texas at Arlington)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동호회 활동을 하다 지난 2008년 집열전문회사 하늘솔라에너지를 창업하고 본격적으로 연구에 나섰다. 5년 남짓한 기간 동안 태양추적장치, 태양광집열 보일러, 고집광 발전기 등 기존 제품의 성능을 뛰어넘는 태양광 장치들을 만들어냈다.

특히 태양 추적센서는 미국에 수출해 연 1억원 가량의 매출도 올리고 있다. 열 평 남짓한 컨테이너 사무실과 직원 두 명이 전부인 회사가 한 일 치고는 적지 않은 성과다. 연구·개발에 전념하고 있어 현재 다른 매출은 없는 상황이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만을 보며 달리고 있다.


정 대표이사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태양광 분야가) 지금은 수익성이 높지 않아 연구·개발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즐겁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이사의 이력은 독특하다. 2000년까지 웰치스와 닥터페퍼를 팔던 한국 베버리지의 사장을 지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회사를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그의 가슴 한 편엔 발명에 대한 열정이 늘 꿈틀거렸다. 태양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계기도 재밌다.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취미로 태양열 조리기를 만들었거든요. 그렇게 크기가 큰 것도 아니었는데 물이 펄펄 끓는 거예요. 거기에 동호회 사람들하고 같이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대로 만들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나 싶었죠"

동호회에서 시작한 일이어서 그럴까. 정 대표이사가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태양광 장치를 만들어 일괄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닌 공동제작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일단 공동으로 100기를 제작해 100명이 나누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1차로 20기, 2차 30기, 3차 50기를 단계적으로 제작하면서 계속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1차분 20기는 이미 모두 판매가 완료됐다. 전원주택을 짓는 사람들이 주로 사 간다고 한다. 정 대표이사는 "연구를 거듭할수록 개선해야할 부분들이 자꾸 눈에 띄고 효율이 점점 더 좋아진다. 게다가 대량 생산하게 되면 단가도 더 싸진다"며 "최종목표는 태양광으로 전기와 열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장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에게 연구소 앞 공터에 쌓여있는 각종 태양광 장치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정 대표이사는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백발이 성성한 그의 모습에서 태양광 발전의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