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자금 모으려 너도나도 출판기념회, 11월만 42번

지난 달 29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는 100여 명의 현역 국회의원들이 몰려들었다.

'금배지'들이 한꺼번에 모습을 나타낸 이유는 한나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장윤석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당 의원은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로 갈등 중인 강기정 민주당 예결위 간사까지 배석해 여당 예결위 간사의 영향력을 보여줬다.

최근 여의도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낯설지 않게 볼 수 있다. 총선을 5개월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한 달간 현역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는 42회. 특히 11월30일에는 한나라당 진수희, 박진 의원과 민주당 안규백, 최규식 의원 등 무려 4명이 한꺼번에 출판기념회를 갖기도 했다.


의원들이 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회를 여는 표면적인 이유는 출마에 앞선 홍보 차원이다. 그 동안의 의정활동 성과를 공개하고, 향후 정책 비전을 책이라는 도구로 알리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이것은 명목일 뿐 실제로는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행보라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정치자금법 개정이후 후원회를 통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자 출판기념회를 통해 편법적으로 선거자금 모집이 이뤄지고 있는 것. 공식 정치 후원금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모금 내역을 신고해야 하지만 출판기념회를 통한 모금은 이런 규제가 없다. 정치 후원금 한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출판기념회 초대장을 보내오면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라도 참석해야 한다"며 "정해진 후원 금액은 없지만 책 판매 대금 명목으로 최소 국장은 10만 원, 실장은 20-30만 원을 지출한다"고 말했다.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이들의 행사까지 합치면, 여의도 입성과 관련한 출판기념회는 셀 수도 없을 정도다.

실제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권오을 국회사무총장, 임인배 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등 내년 4월에 '금배지'를 노리는 인사들도 현역 의원 못지않은 규모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렇게 출판기념회가 차기 총선을 노리는 정치인들의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수단이자 출정식 성격으로 진행되다 보니 잡음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특히,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강행 처리된 지난달 22일에는 손학규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이 김성곤, 강창일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바람에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생명보험협회가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성헌(한나라당), 우제창(민주당) 의원의 출판기념회 소식을 23개 회원사에 이메일로 알려 논란을 일으켰다. 회원사들에게 보험사 문제를 다루는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출판기념회 참석을 독촉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만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것은 아니다. 대목을 맞아 한 몫 챙기려는 보좌관까지 가세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모 의원 보좌관 출판기념회에는 문방위 관련 기관과 단체에서 100여 명이 몰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