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의원 책 어디서 가장 많이 팔렸나?

최근 정치권에는 난데없는 '책 쓰기 열풍'이 불어 닥쳤다. 12월 초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 도로에는 정치권 인사들의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현수막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 같은 '출판 러시'는 내년 4월 11일 19대 총선을 앞두고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그러면 봇물처럼 쏟아지는 정치인의 책, 그 주요 독자층은 누구일까.

머니투데이는 올해 전·현직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출간한 책 중 일부 베스트셀러 도서를 선정, 독자 분포를 조사했다. 한국출판인회의를 비롯한 주요 서점들이 지난달 말까지 발표한 주간 베스트셀러 상위 20위권에 한 차례라도 오른 도서를 선정했다.


◇문재인 대표 '운명' 베스트셀러 올라 = 올 한해 셀 수 없이 많은 정치인들의 책이 쏟아졌지만 인기도서 목록에 든 정치인들의 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만큼 국회의원들이 쓴 책이 일반 독자와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증거다. 다만 현역 중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만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월 5일 시장에 나온 이상득 의원의 '자원을 경영하라'는 출간 직후인 8월 2주 인터파크 1위, 교보문고 11위로 깜짝 데뷔한 후 순위에서 사라졌다. 정몽준 의원의 책 '나의 도전, 나의 열정'은 교보문고에서 9월 2주~4주, 10월 1주까지 2~5위를 오르내리며 인기를 모았다. 이재오 의원의 '정치성찰'은 교보문고 11월 3주 9위에 올랐다.

야당에서는 현역 의원들이 단 한 권도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전직 의원들이 체면을 살렸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국가란 무엇인가'는 4월 3주와 4주, 각각 교보문고 6위와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인터파크에서는 같은 시기 6위와 14위였다. 정봉주 전 의원의 '달려라 정봉주'는 출판인회의 집계 기준 11월 2주 17위, 3주 18위에 올랐다. 전·현직 의원은 아니지만 야권 통합정당에 참여하고 있는 문재인 혁신과 통합 대표의 '운명'은 6~8월 베스트셀러 목록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이상득 의원 책, 포항에서 대부분 팔려 = 이상득·정몽준 의원의 책은 자신의 지역구를 비롯한 특정지역에 판매가 집중된 반면, 유시민·정봉주 전 의원, 문재인 이사장의 책은 특정 지역 편중 현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이상득 의원의 책은 판매량 대부분이 이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파크 배송지 분석자료에 따르면, 총 판매량의 68%가 이 의원 지역구인 포항 남구로 보내졌다. 포항 북구에 판매된 11%를 더하면 79%가 포항에만 팔린 것.

정몽준 의원의 책은 울산과 서울에서 대거 팔려나갔다. 인터파크 판매량의 30%가 정 의원의 정치적 기반인 울산으로 집중됐다. 교보문고에서도 17.5%가 울산에서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독자층 편중 현상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자기 책, 자기가 사서 보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 비판이 나온다. 한 정당 인사는 "여의도 주변 인사 또는 의원들 각자의 지역구에서나 팔리지, 아무런 인연이 없는 일반 독자들이 서점에서 구입하기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 앞둔 사재기 의혹 제기돼 = 일각에서는 '사재기'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책의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저자 또는 출판사 관계자들이 출간 초기 책을 한꺼번에 사들이는 경우가 있다"며 "반짝 베스트셀러에 목록에 올랐다가 사라진 정치인들의 책은 의심을 살만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상득 의원의 경우, 8월 2주 인터파크에서는 1위에 올랐지만 다른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몽준 의원의 책 역시 교보문고를 제외한 다른 서점의 판매실적은 눈에 띄지 않는 수준이었다. 또 이재오 의원의 책은 출간 초기 한 지역에서 75.3%가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이상득 의원측은 "특별히 지역에서 책을 대량 구매하거나 독려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정몽준 의원 측도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고려할 때 베스트셀러에 몇 주 오르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며 "울산에서 20년 동안 정치를 했기 때문에 울산 지역 판매 비중이 높은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