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아프리카로"…검은대륙으로 향하는 건설사

사진은 삼성건설이 4년 넘는 공사 끝에 완공된 이집트 ‘카이로 아메리칸 대학(AUC)’. 신전같은 캠퍼스로 국내외 관심을 끌었다.

"가자, 아프리카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으로 아프리카 대륙이 한껏 달아오른 가운데 이 지역 시장 개척을 위한 우리 건설사들의 발길도 분주하다.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입을 모아 아프리카 대륙을 '기회의 땅'으로 부르며 공을 들이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 중 단연 대우건설 (3,960원 ▼55 -1.37%)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추진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아프리카로 눈을 돌린 대우건설은1990년대 초 나이지리아에서 메이저 석유회사 하청을 따내며 경쟁력을 확보한 뒤 나이지리아내 '빅3 건설사'로 입지를 굳혔다. 대우건설은 나이지리아에서만 58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북아프리카인 리비아에서도 지난 30여년간 총 200여건 110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벌였으며 알제리에선 1989년 호텔사업으로 진출한 이후 총 6건 15억달러 공사를 잇달아 따냈다. 최근엔 모로코 등지에서 1조~2조원 규모의 대형 공사 수주를 앞두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제살깎기식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동시장과 달리 아프리카시장은 국내 경쟁사도 거의 없어 '블루오션'"이라며 "이제 선별적 수주가 가능할 정도로 주력 시장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GS건설 (19,160원 ▲80 +0.42%)은 이집트에서 플랜트 공사를 진행하며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현대건설도 뒤늦게나마 남아공 등에 '1인 지사'를 확대해 수주 네트워크를 구축키로 했다. 이들 대형사들은 호시탐탐 시장 다변화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최근엔 중견건설사들의 진출이 눈에 띈다. 우선 STX건설은 모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도시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나 정부와 지난해 말 100억 달러 규모의 공동주택 20만가구 등을 짓기로 합의한 것.

다만 이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려면 다음달 가나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 가나 내부에서는 자국 기업이 프로젝트를 주도해야 한다는 반발 여론이 일기도 한다.

남광토건은 아프리카 적도 기니의 대통령 전용 복합시설인 '몽고모 리더스클럽' 프로젝트에 대한 계약 조건을 막바지 조율하고 있다. 4층 규모의 복합시설물을 짓는 것으로 660여억원 규모다. 북아프리카 앙골라에서도 2006년부터 오피스·호텔·전시센터 등의 건설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신규 수주도 추진 중이다.

해외사업이 전무했던 중흥종합건설도 2008년부터 가나에서 총 1550억원 규모의 도로 토목공사를 진행하며 첫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당초 신성건설이 따냈던 사업이지만 이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 진출을 발판으로 다양한 사업 추진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신시장인만큼 무리한 시장 개척보단 철저한 사전 준비와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지 사정에 적응하지 못해 인력과 시설 조달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철수한 사례도 있다. 최근 중국의 저가 공세도 만만찮다.

해외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 시장은 전망이 밝은 편이지만 그동안 정치 불안 등 리스크 요인이 있어 개척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임금 수준은 낮지만 노동생산성이 높지 않고 정치 상황에 따라 법규가 수시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