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에도 원/달러 '굳건'…내성 생겼나

미국 고용시장 활기로 살아난 달러화가 연이틀 강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원화값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수개월 전만 해도 달러에 거의 연동돼 움직이던 원화값은 달러 급반등 후에도 115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달러화 강세 키워드는 '고용'이다. 지난달 미국 일자리 감소폭이 예상치의 10분의 1에 그치면서 경기회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심리가 퍼졌다. 경기를 반영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던 고용지표가 호조를 띠면서 금리인상 조기시행론도 새어나왔다.


달러는 급등했다. 오랫동안 74선에 머물렀던 달러지수는 76선 위로 치솟았고 1.5달러를 훌쩍 넘긴 달러/유로 환율은 1.48달러대로 추락했다. 14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엔/달러 환율은 90엔 위로 솟구쳤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무덤덤했다. 지난 7일 장중 1159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내 방향을 틀어 1153.3원에 마감했다. 8일도 마찬가지다. 1155.1원으로 전날보다 상승하긴 했지만 상승폭은 이틀을 통틀어 2원 정도다.

달러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줄어든 데는 시장참가자들의 인식이 가장 크다. 시야를 내년까지 늘려보면 원/달러 환율 하락 인식이 확실히 자리 잡은 때문이다. 다른 지표들이 리먼브러더스 사태 전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과 달리 환율(당시 1109.1원)은 아직 내려갈 길이 멀다. 실제 1160원으로 오를라 치면 선물환매도가 물밀듯 나온다.


이번 달러강세가 글로벌 경기구조가 흔들려서가 아니라 고용시장이 살아난 데서 비롯됐다는 점도 원인이다.

홍승모 신한금융공학센터 차장은 "고용지표 호전으로 달러가 강세를 띠었는데 고용이 늘고 소비가 늘면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은 늘기 때문에 나쁠 게 없다"며 "미국이 실제 금리인상을 하거나 신흥경제국들의 펀더멘털이 나빠져 달러가 강세를 띠는 경우와 다르다"고 말했다.

유로나 엔이 약세를 띠는 것도 조정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그간 너무 올랐다는 판단에서다.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으로 달러강세 분위기를 타 이번 참에 팔아버리자는 게 참가자들의 의도란 뜻이다.

상황이 이러니 달러강세는 오래가지 않을 거란 전망이 대부분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달러강세로 갈 수는 있겠지만 추세적으로 달러약세는 불가피하다"며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빠르다면 시장이 출렁일 수 있겠지만 금리인상은 예정된 수순인 만큼 인상시기가 늦춰질수록 충격은 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