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자산유동화 압박 증가..증시 부담

미국 은행들이 헤지펀드에 추가 담보 설정을 요구하면서 헤지펀드들의 자산 유동화 압박이 확대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 보도했다.

달라스 소재의 하이랜드캐피털매니지먼트는 이번주 운용하는 5개 헤지펀드 중 2개를 폐쇄했다.하이랜드가 폐쇄한 펀드 중 하나인 하이랜드크루세이더펀드는 30억달러에 가까운 자산이 10억달러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는 주로 파산보호중이거나 경영난에 빠진 기업 위주의 공격적 투자를 해왔다.


하이랜드는 크루세이더 투자자들에게 발송한 메모에서 "유례없는 시장 변동성과 금융 시장 붕괴가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게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12개월 안에 포트폴리오의 40%를 유동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는 향후 4년내 유동화한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헤지펀드는 지난 9월 한달간 5.4%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부도 사태 이후 최대 월간 손실이다.올 들어 전체로는 10.1% 손실을 입었다. 최대 헤지펀드인 시타델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전환사채, 채권, 회사채 등의 손실에서 올들어서만 30%의 손실을 기록했다.

헤지펀드에서 9월 인출된 금액도 사상 최대인 43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트림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에 따르면 헤지펀드 자금 순유출은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현재 약 8000여개의 헤지펀드 가운데 약 30%가 향후 수년간 폐쇄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문제는 헤지펀드가 추가 유동화에 나설 때 가해질 글로벌 증시 충격파다.

헤지펀드리서치는 헤지펀드의 시장 투자 금액이 지난 일년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추가 손실 우려로 인한 손절매와 고객들의 인출분 등으로 투자액이 70%가까이 급감한 것이다.

메릴린치는 지난 8월말 기준으로 헤지펀드가 보유한 현금이 184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헤지펀드 전체 자산의 1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상업은행들도 헤지펀드에 대한 자금 대출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소형 헤지펀드에 대한 여신 제공은 더욱 보수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때문에 소형 헤지펀드의 유동화가 최근 들어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추가 마진콜을 요구하면 헤지펀드가 주식을 내다 팔고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며 결국 자산 가치가 줄어들고 다시 마진콜을 당하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헤지펀드들이 지난 일년간 레버리지 축소를 위해 자산 유동화를 상당 부분 진행한 만큼 추가 유동성 압박이 생각 보다 낮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가 붕괴할 당시 레버리지는 1달러당 30달러 이상 차입에 달했지만 최근 수년간 헤지펀드들의 레버리지는 1달러당 5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