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 '머니무브'서민에 불똥?"

"최근 2~3년간 펀드 등 자본시장에서의 고수익률 맛을 본 이후 고액자산가들이 자금이 많이 빠져 나간 게 사실입니다."

A은행 서울 청담동 프라이빗뱅킹(PB)센터 B팀장은 최근의 자금이동 현상을 피부로 절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실제 정기예금에서 10억원의 뭉칫돈이 펀드쪽으로 빠져 나가기도 했고 2억~3억원씩 빠져 나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10억원 가량의 고액 자산가가 은행예금에서 펀드로 갈아탔다는 얘기.

물론, 최근의 자금시장 흐름은 고액자산가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서민들과 일반 직장인들도 금리가 낮은 은행의 예금보다는 위험성은 있어도 수익률이 월등히 높은 적립식 펀드나 MMF, MMDA 등으로 갈아타고 있기 때문이다.

B은행의 PB센터 관계자 역시 "보수적인 고액자산가는 자금의 50%는 예금에 두고 나머지는 펀드 등에 운용하기도 하고 공격적인 자산가들을 60~70% 정도까지 주식시장에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수신증가액은 7조6000억원에 불과했던 반면 자산운용사의 수신 증가액은 무려 13조원으로 은행의 2배 가까운 증가를 보였다. 미래에셋증권 발행 전환사채 청약 증거금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고액자산가들의 자금이동은 곧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인상으로 연결된다. 자금이탈에 애를 먹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CD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채권 매입 주체들이 자금고갈에 애타있는 은행의 사정을 간파하면서 좀 더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채권 인수를 미루고, 은행들은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를 높여 줄 수 밖에 없게 되는 구조다.

시장의 쏠림현상으로 일어나는 악순환 구조다. 실제 91일물 CD 유통수익률은 지난 2주간 0.23%포인트가 오르면서 2001년 6월 이후 6년 5개월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서민들이 엉뚱하게 '불똥'을 맞은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금리를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CD금리 대신 통안증권(91일물) 금리나 코리보,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그러나 "통안증권 등은 현실 시장의 움직임을 반영하는데 미흡한 점 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CD금리를 대체할 만한 기준금리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